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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6/27/18
기(起), 승(承), 전(轉), 예수
김세환(아틀란타 한인교회 목사)

글을 쓰는 것은 큰 기쁨입니다. 자기가 가졌던 생각이나 느낌을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앉아 정리하다 보면 살면서 본의 아니게 놓쳐버린 것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됩니다.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아무 생각없이 포기해 버리고, 정당화하고, 외면해 버린 기억의 편린들을 다시 반추해보면서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글을 쓰다가 어떤 때는 어설픈 미소를 짓기도 하고, 진지해보기도 하고, 씁쓸한 상처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기도 합니다.

“좀 더 감사를 표했어야 하는데!” 바보처럼 너무 쉽게 잃어버렸다는 자책의 마음을 갖기도 하고, 옹졸하고 모자란 생각 때문에 저질렀던 실수들을 뒤늦게 후회해 보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라고 스스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며 자기 합리화의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글 쓰기는 너무 삭막해지고 각박해진 삶을 다시 한번 여유 있게 만드는 회복의 시간입니다. 시간에 몰려다니면서 잔머리 밖에는 굴릴 줄 몰랐던 치졸한 나에게 글쓰기는 언제나 작지만 깊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은총을 허락합니다.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게 해주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미래를 다시금 재조명해 볼 수 있는 통찰의 시간도 제공해 줍니다. 글을 잘 쓰고, 못 쓰는 것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쓴다는 사실입니다. 글을 쓰면 항상 생각하게 되고, 지나 온 삶을 뒤돌아보게 되고, 아직 도래하지 않는 미래를 흐릿하나마 그려 볼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을 잠시 동안 멈출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됩니다.

결국 내가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고,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 줍니다. 왜 “펜(pen)이 칼(sword)보다 강하다”고 했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학창시절에 글쓰기를 할 때 선생님들에게 늘 지적을 받던 것 중의 하나가 “일관된 논리(consistent logic)”의 부족입니다. 글은 항상 논리적이어야 합니다. 글을 통해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횡설수설하면 모두를 피곤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반드시 “기, 승, 전, 결”(起承轉結)의 원칙 하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기승전결의 기(起)는 생각의 발상입니다. 자기가 쓰려고 하는 글의 내용과 의도 그리고 자료들을 구상하고 정리하는 단계입니다. 달리기로 말하면 출발점입니다. 글로 이야기하면 서론에 해당합니다. 무엇을 쓰려고 하는지, 왜 쓰게 되었는지, 어떻게 쓸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취지를 적는 것입니다.

그리고 승(承)은 그 단계를 이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글쓰기 과정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진단하고, 벌어지고 있는 여러가지 사건들이나 논리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상식적으로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동의를 얻어내야 합니다.

전(轉)은 말 그대로 전환입니다.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피력하는 순서입니다. 자기 주관이 있어야 하고,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공감하게 할 수 있는 분명한 자기 논리가 있어야 합니다. 자기 주장이 없다면 그것은 의미 없는 글자의 나열에 불과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결(結)은 글의 완성입니다. 분명한 방향제시와 의식의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결말이 있어야 합니다. 짬뽕인지, 짜장면인지, 아니면 절반씩 섞은 “짬짜면”인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아무 거나 먹겠다”고 하면서 결말을 맺으면 그것은 글도 아닙니다.

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나 말하는 것 그리고 일하는 모습도 모두 기승전결의 원칙 하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 전체가 “기승전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에 유행하는 말 중에서 “기, 승, 전, 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고, 논리를 전개해 나아가든, 결국 마지막의 답은 “밥”으로 끝이 난다는 뜻입니다.

이 사람은 먹는 것에 최고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승전 돈”, “기승전 성공”, “기승전 이성”, “기승전 자식”이라는 말들이 모두 가능할 것입니다. 얼마 전에 예쁜 여자 배우 한 사람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토크쇼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예쁜 배우는 안타깝게도 어떤 주제로 말을 하던 마지막 결말은 항상 “사랑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꿈을 물어보고, 미래의 결혼 상대를 물어보고, 학장시절의 추억을 물어보아도 결론은 항상 똑같았습니다. “사랑해 달라”, “잘 봐 달라” 그리고 “예쁘게 기억해 달라”는 말 뿐이었습니다.

약간 비굴해 보이기도 했지만, 성공에만 집중하는 그녀의 모습이 대단히 매력적이었고, 나중에는 거룩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의 글과 말이 이렇다면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습니까? 우선 나 먼저, 말을 할 때 항상 “기승전 예수”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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