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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6/20/18
공동체 해체와 사회적 병리현상–고독사와 자살
이상명(목사,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현대사회에서 ‘개인주의’라는 단어처럼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부정적 인식의 대상이 되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개인주의는 서구사회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문화 코드다. 이것은 서구화된 사회 속에서 그 맹위를 떨치면서 우리의 신앙조차도 원자화시키고 있다. 과거에 비해 반기독교적 정서와 반복음적 도전은 더욱 거세져 가는데 크리스천 공동체의 토대와 정체성은 도처에서 허물어지고 있다. 기독교적 토양 위에 건설된 서구사회에서 오히려 크리스천 공동체가 와해되는 속도는 이전에 비해 보다 급격하고 광범위하다.

공동체성이 무너지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교회 안 개인주의 팽배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나님의 유업을 이어받은 공동체라는 정체성의 부실이거나 상실일 것이다.

하나님이 창조하고 운행하시는 우주에서 ‘나’ 중심으로 돌아가는 소우주를 꿈꾸는 이들로 사회가 채워질 때 혼란과 죽음의 문화가 판친다. 이러한 개인주의적 성향의 반복음적 가치가 우리 사회는 물론 교회에도 만연해 있다. 하나님은 인간의 죄로 파괴된 그 내면세계의 질서와 자신의 형상(imago Dei)을 회복하시고자 이 땅에 크고 작은 공동체를 세우신다.

아담과 하와의 가정 공동체, 아브라함, 이삭과 야곱으로 이어지는 족장 공동체, 열 두 지파로 구성된 부족 공동체, 이방의 빛이 되도록 건설된 국가 공동체로서의 이스라엘, 디아스포라 지역에 세워진 유대 회당 공동체, 새 언약 공동체로서의 교회 등이 그러한 공동체들이다.

이렇듯 성경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공동체를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구원 이야기로 가득하다. 새 시대의 역사를 여신 예수님이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시면서 구성하고 이끄신 것은 제자 공동체였다. 로마 제국을 종횡으로 오가며 바울이 세우려 한 것은 복음의 정신을 기조로 한 대안공동체인 가정교회였다. 신약성서시대부터 이제껏 교회가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자녀 혹은 하나님의 유업을 받은 자들이라는 그 정체성 보존과 대물림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 공동체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큰 도전과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도전과 위협은 우는 사자처럼 교회 중심과 외곽을 가리지 않고서 공격하고 있다. 교회만이 아니다. 개인주의에 물든 우리 사회도 온기 없는 생물체처럼 파리해져 간다.

 

공동체 해체는 교회의 근간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나타난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고독사와 자살은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고독사란 홀로 사는 사람이 혼자 죽음을 맞은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 주검으로 발견되는 쓸쓸한 죽음이다. 죽어서도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외면당한 고독사는 그래서 더욱 애잔하다.

한국의 보건복지부와 일본의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3.4명이, 일본은 6.7명이 매일 고독사로 죽는다. 한국의 경우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7년간 고독사로 사망한 인구수가 약 3배 증가하였다. 미주지역 한인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한인 장의업계와 L.A. 총영사관에 따르면 한인 고독사는 매달 2-3건 발생하고 있고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고독사의 원인은 고령으로 인한 자연사, 암투병, 심장마비, 자살, 교통사고 등이다. 이민자로 살다가 홀로 세상을 등지는 무연고 고독사는 이제 한인사회의 일상이 되고 있다. 고독사는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고령인구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 가족공동체의 해체가 남긴 사회의 쓸쓸하고 어두운 단면이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스스로 목숨 끊은 사람의 수는 1년에 1만 3천 92명이다. 하루 평균 36명, 40분마다 한 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한국은 2003년 이후 2016년까지 13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놓친 적이 없다.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자살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폐렴에 이어 한국인 사망원인 5위다. ‘자살명소’라는 오명을 지닌 미국 금문교의 1년 평균 자살자의 수가 30여 명, 한강에 투신하는 자살자의 수는 1년 평균 400여 명이라는 기사도 읽었다. 미국 질병 통제 및 예방 센터(CDC)의 자료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인구 100,000명 당 자살률은 10.5명에서 13명으로 24% 증가하였다. 2006년 이후에 자살은 연령, 인종, 그리고 민족별로 다양한 범위에 걸쳐 증가 일로에 있다. 예를 들어, 만 10-14세 소녀들의 자살 증가 비율은 200%로 크게 늘었고 만 45~64세 중년 남성들의 자살률도 연구 기간 중에 43% 증가했다. 미국 사회에서 자살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살은 직장, 재정, 법적인 문제와 관련되어 있거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의 증가나 항우울증제와 코카인 및 헤로인 그리고 처방 진통제 사용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미주 한인의 경우, 자살률이 한국보다는 낮지만 미국 내 다른 아시아계 그룹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특히 노년층 자살률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가 자살 동기를 폭넓게 파헤친 적이 있다. 놀랍게도 9백 89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가운데는 비웃음도 포함되어 있다. 독일 정신과 의사 토마스 브로니쉬는 이혼한 50세 이상 남성이 봄이나 가을에 실직하고 교회마저 나가지 않는다면 자살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진단한 것도 눈에 띈다.

 

기술문명의 발전과 함께 공동체성은 세계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연대와 연합을 통해 지구상의 다른 어떤 생물보다 우위를 점하면서 문명을 일궈 온 인류가 이제는 공동체성을 버리고 개체화되고 있다. 자신의 탐욕 추구를 위해서는 패거리를 형성하지만 인간성 회복과 공동체 전체 복지에는 야박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이 땅에서 실행해야 할 교회마저 그리스도의 몸 된 공동체라는 그 정체성이 흔들리거나 무너지고 있다.

이 땅에 희망과 구원을 전하는 교회가 그렇게 많은데도 그러한 메시지가 자살의 대열에 투항하는 이들에게 더 이상 희망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하나님의 형상이 무너진 이 땅의 사람들을 치유하라고 세워진 공동체가 교회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고독사와 자살과 같은 사회적 병리현상이 더 이상 기승부리지 못하도록 교회는 우리가 사는 사회에 소망과 생명의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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