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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11/29/17
알맞은 것이 축복입니다
김세환(아틀란타 한인교회 목사)

넉넉한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넉넉하게 되면 대부분 게을러지고 간절한 마음이 없어지게 됩니다. 자연히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것의 가치도 잃어버리게 됩니다. 나라 전체가 석유에 떠 있다는 중동의 산유국(産油國)들 중에서 잘 사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절박하게 일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회주의 국가나 공산국가들도 국가가 모든 것을 다 책임져 준다고 믿기 때문에 국민들이 절대로 무리해서 일하지 않습니다. 결국 넉넉한 조건을 다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과 후진성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예쁜 여자나 멋진 남자들은 주변에 이성(異性)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연인”(戀人)의 소중함을 알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굳이 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좋다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한 사람과 목숨을 걸고 사랑하지는 않습니다. 언제든지 다른 사람과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생각이 의식의 밑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언제나 이별과 스캔들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주변에 선남선녀들이 그렇게도 많이 포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외로움과 쓸쓸함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러고 보면, 못생긴 사람이나 잘 생긴 사람이나 외롭기는 매 한가지 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 교회의 장로님 한 분이 저에게 “목사님, 약을 너무 많이 드시지 마십시오”하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몸에 좋은 약이라고 해서 단번에 많이 먹거나, 약의 효과를 극대화 시키려는 의도로 정량을 뛰어넘게 되면, 몸(body)이 더 이상 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몸에는 살아가기에 알맞은 양분과 효소 그리고 홀몬같은 것들이 적당히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우리의 몸 속에 그런 것들을 만드는 공장을 설립해 놓으셨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인위적으로 더 많은 보조식품들을 먹게 되면 몸이 “아, 외부에서 알아서 넣어주는데, 내가 괜히 고생하면서 만들 필요가 없겠구나” 생각하고 공장을 폐쇄해 버린다고 합니다. 화장품도 적당히 사용해야 합니다. 피부에 좋다고 해서 영양 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게 되면, 피부가 더 이상 고생하면서 양분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외부에서 다 알아서 채워 주는데 뭣하러 죽어라고 고생하면서 수고하겠습니까? 그래서 뭐든지 적당하면 약이 되지만, 도를 넘게 되면 언제든지 독으로 바뀌게 됩니다. 어떤 것이 되었든지 사용 설명서에 맞게 사용해야 무리가 없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라면을 가장 맛있게 조리하는 법이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최고의 국물로 끓이면 된다고 말합니다. 싱싱하고 맛있는 재료들과 조미료를 첨가하면 더 맛있는 라면을 요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최고의 맛을 내려면 라면 봉지 뒷면에 기록된 조리법을 잘 읽고 그대로 해야만 합니다. 550ml의 물을 넣으라고 했으면, 그 양만 넣어야 합니다. 계란이나 파 같은 다른 식재료들을 집어넣을 생각을 하고 물의 양을 임의로 늘리거나 반대로 형편없이 줄이게 되면, 그 라면의 창시자가 원래 의도했던 맛을 만들어 낼 수가 없게 됩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무엇이든지 도에 지나치게 되면 그것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건강도 그렇습니다. 몸이 약한 것도 문제이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건강하면 그만큼 해야 할 일들도 늘어나게 됩니다.

“피로”해서 힘든 것도 문제이고, “과로”해서 혹사 당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하루의 시간도 30시간 이상으로 늘어나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넉넉해지면 꾸물꾸물 게을러지고 낭비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게으른 자는 석양에 바쁘다”는 말처럼, 아무리 시간이 주어져도 늑장부리다가 뒤늦게 분주하게 됩니다. 하나님이 알아서 하루를 24시간으로 묶으신 것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가장 좋았던 시간은 “방학”입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너무 가난해서 그랬는지, 유독 방학이 길었습니다. 방학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계획표”를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하루 일과를 정하고, 방학 기간 동안에 부족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서 기초를 다지고, “다음 학기 공부를 미리한다”는 지키지도 못할 계획을 습관적으로 세우곤 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게으름 부리면서 시간을 다 쓰고 개학을 코 앞에 두고 난 후에야 비로소 정신이 들어, 미친 사람처럼 숙제를 몰아서 하고, 일기 작문(?)을 하느라고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개학 후에 선생님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시험 날짜를 미리 알려주셔도, 또 다시 “아직 여유가 있다”는 생각으로 주야장천 놀다가 시험 날을 하루 앞두고서야 밤을 새우며 따라잡기 신공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몰아치기”, “벼락치기” 그리고 “초치기”의 달인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철이 들면서 뒤늦게 “넉넉하다”는 말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어진 환경이 열악하고, 시간도 없고, 가진 것이 없다고 낙심하기 보다는, “알맞게 남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최상의 결과를 일구어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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