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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11/02/20
이건희 회장과 젊은 ‘삼성맨’
이종오(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 부총장)

2020년 10월 24일 새벽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향년 78세로 타계했다. 한국 경제계의 큰 별이 진 것이다. 1987년 12월 1일 삼성 그룹 2대 회장으로 취임한지 33년 동안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삼성 그룹을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만든 주역이 별세한 것이다.

 

필자는 이건희 회장이 취임한 그해에 삼성전자 유럽수출부에 입사를 했다. 수출은 쉽지 않았다. 해외 시장과 소비자들은 삼성을 알아주지 않았다. 해외 매장에서 삼성전자 제품은 눈 씻고 찾아 볼 수가 없었고 매대 한구석에 뽀얀 먼지를 쓴 채 놓여 있었다. 흑백 TV에서 겨우 컬러 TV 제품을 개발한 삼성은 일본제품 샤프 브랜드를 목표로 독일 시장 진입을 시도하였다. 불과 2.5퍼센트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일본의 샤프 브랜드를 쫓아가는 것도 벅찼다.

 

해외 판매법인 경험이 일천한 삼성은 주재원들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지 문화 이해 및 언어 구사 미숙 등으로 인해 현지인 관리, 운영에 여러 한계점을 보이고 있었다. 큰 위기였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 이건희 회장은 1989년 지역전문가 프로그램 도입을 긴급하게 지시했다.

 

그때, 지역 전문가 프로그램 시범 사업에 필자와 동료가 2인 1조가 되어 영국과 독일에서 6개월간 생활했다. 이 제도는 국제화 전략 차원에서 인재 현지화를 목표로 하고 자유 방임형으로 연수 제도를 가동했다.

 

1990년 공식적으로 시작된 이 제도는 직원들이 1년간 회사 돈을 써가며 개인 활동을 하지만 당장의 결과물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현지 지사에 출근할 의무도 없으며 철저히 놀고, 먹고, 구경하면서 현지 언어와 해당 국가의 풍물과 제도, 문화를 이해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활동 중에는 현지인 친구들과 인맥을 쌓고 관계를 형성하여 친 삼성맨을 구축하는 일이었다. 이를 통해 훗날 글로벌 삼성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1990년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이 제도는 80여 개국에서 5천명 이상을 배출했고 주재원 파견도 지역 전문가 그룹에서 35% 정도 인사 발령이 난다.

 

지역 전문가 프로그램을 마친 후, 필자는 독일 법인 주재원으로 명령을 받고 해외법인 근무를 시작했다. 독일 국민들의 보수성과 국산품 애용 정신으로 삼성 제품은 여전히 찬밥 대접의 수모를 겪고 있었다. 품질과 디자인의 뒷받침이 없었던 제품들은 선진국 시장의 요구를 충족할 수 없었고 저가 공세에도 불구하고 딜러들의 외면으로 고전했다.

 

이러한 악순환이 거듭되는 가운데에 이건희 회장은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캠핀스키 호텔에서 본사 임원들과 각국의 법인 경영진을 모두 불러 모아서 ‘신 경영’을 선포한다. 충격적이었다.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다 바꿔라!

-양에서 질 경영으로 가는 근본적인 혁신 정신을 가져라!

 

그 이후 삼성그룹은 본격적으로 “질 경영”을 통해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그리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각 분야별로 경쟁력 있는 수종 사업을 발굴하여 1등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과감한 투자를 시작했다.

 

비로소 오랫동안 고전하던 독일 선진 시장에서 삼성 휴대폰과 보르도 디자인 컬러 TV의 판매가 크게 신장되었다. 한때 2.5퍼센트 시장 점유율 목표는 어느덧 1위인 30퍼센트에 이르고 소니 제품을 추월하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기업의 33년 역사는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이 기간 동안 이루어진 초일류 글로벌 기업의 달성 업적은 이건희 회장의 탁월한 경영 사상 및 통찰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생전에도 사후에도 이건희 회장은 삼성 그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브랜드의 자부심을 일구어낸 위대한 인물이자 시대의 영웅이다. 필자 역시 젊은 시절 이건희 회장의 초일류 글로벌 기업 목표에 동행할 수 있어서 자부심을 가진다.

 

삼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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