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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 Posted by 크리스천 위클리 01/20/16
[황승일목사가 전해주는 짧은 글 깊은 여운] 죄수의 이빨
황승일(밴나이스연합감리교회 목사)

치과에 가서 이빨을 뽑으면 뽑은 이빨을 커다란 포르말린 유리병에 넣습니다. 지난번에는 실로 묶어서 내 손으로 뽑았습니다. 뽑은 이빨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어느 날 운동시간에 15척 담 밖으로 던졌습니다. 일부분의 출소입니다. 시원하기가 포르말린 병에 넣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10년도 더 된 이야깁니다만, 그때도 공장에서 젊은 친구와 둘이서 실로 묶어 뽑았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담 곁에 갈 수가 없어서 바깥으로 내보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궁리 끝에 마침 우리 공장에서 작업하고 있던 풍한방직 여공들의 작업복 주머니에 넣어서 제품과 함께 실려 내보낸 일이 있습니다.

매우 미안한 일입니다. 아무리 종이로 예쁘게(?) 쌌다고 하지만 ‘죄수의 이빨’에 질겁했을 광경을 생각하면 민망스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나는 징역 사는 동안 풍치 때문에 참 많은 이빨을 뽑았습니다. 더러는 치과의 그 유리병 속에 넣기도 하고, 더러는 교도소의 땅에 묻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담 밖으로 나가기도 했습니다.

비단 이빨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이 곧 우리들의 심신의 일부분을 여기 저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나누어 묻는 과정이란 생각이 듭니다. 무심한 한 마디 말에서부터 피땀 어린 인생의 한 토막에 이르기까지 혹은 친구들의 마음속에, 혹은 한 뙈기의 전답 속에, 혹은 타락한 도시의 골목에, 혹은 역사의 너른 광장에 …. 저마다 묻으며 살아가는 것이라 느껴집니다.

묻는다는 것이 파종(播種)임을 확신치 못하고, 나눈다는 것이 팽창임을 깨닫지 못하는,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나의 소시민적 잔재가 치통보다 더 통렬한 아픔이 되어 나를 찌릅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돌베개, 1998 증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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